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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Kim Hyung Min) 

 

1993년 서울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200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졸업.

2013년 가천대 특수치료대학원 미술치료학과 수료.

 

 

개인전

2002년 '시산수(詩山水)' 전 - 사간겔러리

2020년 ‘시산수(詩山水)’-‘다행(多幸)’ 전-아트스페이스 퀄리아

 

단체전

2000년 이천 공장미술제 - 이천 샘표간장 공장터(대안공간)

2002년 '블루' - 라메르 겔러리

2002년 '5인전' - 크누아 겔러리

2003년 새천년 환경미술제

2004년 한미 수교100주년 기념전.

2012, 2013년 국제 미술치료협회 회원전 등 다수

“시산수-다행‘ 김형민 작가노트

 

 

나는 시와 음악, 그리고 풍경에서 영감을 얻는다.

작업노트에 담아놨던 시 한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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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피하려는 데 처마가 없다

이런 야박한 것들!

지붕도 없는 도회지 빌딩 숲에서

나는 너무 오래 살았다

착하고 속 깊은 집 처마 밑에 앉아서

조록조록 낙숫물 듣는 소리

사치스럽게, 오래오래 듣고 싶다

-황상순의 시 ‘도시의 흉년’-

 

이번 전시는 틈, 스며듬, 비스듬, 겹침 등의

단어에 애정을 갖고 작업했다.

 

 

예술이 필요 없을 만큼 영화 같은 일들이 빈번하고 강력하게 우리 일상생활에서 벌어지고 있다.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키며 햇빛을 느낄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난 듯이 숨 한번 크게 쉴 수 없는 탁 막힌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다. 집 밖의 상황은 더 심하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미세먼지며 황사를 피할 길이 없고 온갖 오염된 환경 속에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악수도 꺼려지는 세상이다. 이런 비참한 현실 속에서 화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실내에 걸리는 그림 한 점으로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자연 앞에 약한 몸뚱어리와 권한도 없는 일개 그림쟁이가 현대인들과 얘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답답한 공기를 개선해보자는 외침도, 아파트만 짓지 말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여유로움, 그리고 널찍한 대지의 여백을 느끼면서 자연치유를 해보라고, 1인 시위하듯 소리쳐도 공허한 메이리 만 들려올 것이 뻔한 자본주의의 삶 속에서 말이다.

 

그래도 할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살아있음과 희망을 품고 있어서 다행이고, 조금만 더 견디고 지금을 즐겨보자는 생각을 공감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싶다. 희뿌연 공기 속에서 아파트들로 가득 메워지고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 속에서, 내가 무서움과 두려움이 느껴질 때, 어머니의 치맛자락 뒤에 숨어서 안정을 찾고 든든한 방패가 되었었던 어린 시절을 소환하는 것처럼, 도시의 각박하고 쉴 새 없는 움직임 속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하고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자연에 몸을 맡겨보면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고 부추기고 싶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기대고 산들바람에 치유가 될 수 있는 화면을 만들고 싶다. 여백의 아름다움과 바람의 여유를 넌지시 선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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